아름다운 얼굴 101 - 초리골 쉼터 우능제 대표
수정 : 2020-11-25 01:13:32
아름다운 얼굴 101 초리골 쉼터 우능제 대표
법원읍 초리골의 살아있는 역사 - 초리골 우능제
‘이웃 사랑과 노련한 지략으로 마을 발전 이끈다’
파주지역 유지들 중 우능제씨(63세)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는 유명인물이다. 법원읍의 수려한 골짜기로 유명한 초리골에서 살고 있는 우씨의 인상은 편안하고 두텁다. 평범한 인상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노련한 지략과 저력이 느껴진다. 초리골은 단양 우 씨의 집성촌이다. 법원읍 초리골은 삼봉산과 장군봉, 감악산, 우리령 등 봉우리 사이에 자리 잡은 계곡마을로 전체적으론 항아리 모양을 띄고 있는 천혜의 주거지다. 자연보존이 잘되어 있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 기존의 산 나무들을 베어내고 돈 되는 잣나무를 심으라는 걸 주민들이 반대해 오랜 세월의 나무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척 보기에도 산 모습들이 편안하다.
▲ 초리골 저녁풍경
명동거리 같던 천연면이 조용한 초리골로
68년 1월21일 김신조 공비일당이 이곳을 거쳐 가던 중 우 씨 형제 4명(우능제씨 인척)에게 신고 된 지역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우 씨 형제들이 산에 나무하러 가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그들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지? 신고덕분에 31명중 29명은 서울 세검정 지역에서 자살내지 총격전으로 사망했고, 김신조씨는 생포, 1명은 북으로 달아났다. 이런 사연으로 초리골 등산로 중간에 김신조 부대가 침투했을 때 숨어 지내던 야영지(비트)가 보존되어 안보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김신조씨도 가끔 초리골을 찾아 안보교육을 한다. 60~70년대 파주 법원리에는 미군보병 2사단과 7사단 병력들이 주둔하고 있었고, 미군은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다. 기지촌 거리마다 유흥업소와 위안부들의 생존 풍경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당시 천현면(현재 법원읍)은 명동거리 같았다. 미국서 팝 LP 원반이 발매되면 며칠 안 되어 천현면 시내에서 복사판 음악이 흘러나왔다. 계곡에서 미군들이 여자들과 더불어 캔 맥주를 마시던 모습과 천현초등학교 학생 수가 너무 많아(3천여 명)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들었던 게 기억난다.”고 우 씨는 회상했다.
그러나 미군들이 70년대 말부터 병력을 법원읍에서 철수하면서부터 인구는 줄어들기 시작, 당시 4만 여명에 달했던 인구수는 현재는 1만2천여 명 정도로 줄었다.
▲ 마을주민들이 함께 정화활동을 한다
아버님의 유지 받들어 초리골 지켜
우능제의 엄친 우정하씨는 거상이었다. 얼마나 장사를 잘했던지 그의 ‘한 걸음에 콩이 서 말’이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해방되고 잠시 남북을 오갈 수 있을 때 원산에서 명태를 잔뜩 싣고 남으로 내려와 장에 풀어 돈을 벌었다. 북으로 올라가서는 남쪽의 고무신 등 생필품들을 팔아 이윤을 크게 챙겼다. 6.25 전쟁이 끝난 후엔 인근 갈곡리에 항아리 공장을 만들어 폭격 등으로 수요가 급증한 곳곳에 납품을 하는 등 당대의 무역상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행보였다. 두 번 민의원을 지낸 부친은 보릿고개마다 어려운 이웃들을 불러 일을 시키고 돈 대신 곡식을 임금으로 지급했다. 일이 없어도 일부러 일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베푼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초리골의 상징인 쉼터연못이다. 연못바닥엔 필요이상으로 돌이 많이 깔려 있었는데 그것도 일감을 주기위한 부친의 배려였다. 지금, 그 돌들은 건져져 초리골 쉼터 카페 바닥을 장식하는데 쓰고 있다.
부친 우정하씨의 자녀 교육은 엄격했다. 아버지가 부르면 방에서 무릎을 꿇고 하명을 기다려야 했다. 아버지는 형제 자매들을 모두 서울로 유학을 보냈지만, 우능제는 마을을 지키길 원했다. 우 씨는 아버님의 명에 따라 지금까지 이 마을을 7대째 지키고 있다. 우 씨는 세상을 보며 배우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중 3때 송추계곡을 첫 여행지로, 방학기간 내내 이곳저곳을 틈나는 대로 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고3 때 우 씨는 용문산 중원계곡에 갔다가 자연경관에 반했고 그길로 아버지에게 천 만원만 지원해 주면 거기서 정착하겠다는 건의를 했다가 혼 줄이 난적도 있었다. 우 씨는 이후 축산을 전공했고 수정사 자격증까지 따, 아르헨티나나 호주로 농업이민을 갈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그러나 아버님이 돌아가시며 남긴 유지를 받들어 이 초리골을 지키게 된 것.
▲ 초리골 카페
마을운영위 규약으로 자연풍광 지키는 기반시설 잘 갖춰진 마을
초리골이 다른 부락과 다른 것이 있다면 기반시설이 잘 되었다는 것이다. 도로와 상하수도가 잘 정비되어있어 마을 발전의 기본이 되고 있다. 20여 년 전 초리골은 특화사업지로 선정되어 50여억 원을 정부로부터 받아 아낌없이 기반시설 확충에 사용했다. 그 결과 탄탄한 기반시설과 포근하고 수려한 자연풍광 때문에 이곳에 터를 잡는 외지인들이 늘고 있다. 대신 초리골엔 90년 초에 만든 마을 규약에 따라 2층 이상은 건축이 안 되고 1천 평 이상의 산림을 개간할 때는 마을운영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원주민들은 기꺼이 이주민들의 정착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 이주한 주민의 주도로 만들어진 마을 풍물패
원주민과 정착민들과의 행복한 관계가 보람이다
우씨는 “이주민 중에는 언론인, 교사, 예술인 등 출중한 능력을 갖춘 분들이 많다. 이들이 마을을 위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의 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민들이 뭉쳐 활동하고 있는 초리골 풍물패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주 정착민 중에 한 분이 풍물고수였고 그의 지도하에 신명나는 풍물놀이를 즐기며 친교가 자연스레 이루어 진 것. 또 외지인들이 마을 행사나 청소에 적극 참여 하고 있어 초리골의 주민단합은 현재 뜨거운 진행형이다.
초리골의 원 정착민이었던 단양 우 씨들은 전체 거주민 180 여명 중 20%정도. 하지만 여전히 초리골이 우 씨의 집성촌이란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외지인들도 우 씨 집안이 대대로 이 마을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 것에 대한 경의일 것이다.
초리골에 들어서면 일단 포근하다. 앞서 말한 대로 사방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상하수도 덕분에 계곡물은 맑다. 3개의 등산로가 있어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우능제씨가 운영하고 있는 초리골 쉼터는 연못과 카페, 펜션, 식당, 공연장, 운동장, 수영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모든 레저와 위락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셈. 그런데 시설도 그렇지만 이곳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이 예사롭지 않다.
▲ 눈내리는 초리골
▲ 초리골 마스코트 초리
올 1월에 시작한 ‘눈 내리는 초리골’, 마을공동체인 초리골협동조합이 주최
올해 1월 4일부터 2월 16일까지 ‘눈 내리는 초리골’ 겨울축제가 처음 열렸다. 마을공동체인 초리골 협동조합이 주최한 겨울축제였다. 이상기온 으로 겨울 내내 따뜻한 날씨라 걱정이 많았지만, 예상을 깨고 5천여 명이 다녀갔다. 내방객들은 눈썰매, 얼음썰매, 동장군 축제, 빙어 체험, 송어잡기 체험 등을 즐겼고 특히 눈썰매장에 취사가 가능한 데크를 설치 가족단위로 야외취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주효했다.
눈 내리는 겨울축제는 행안부 특수상황지역개발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시비 1억을 포함 모두 5억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 우씨는 “이 예산으로 눈썰매장, 얼음분수, 캐릭터 포토존 등을 제대로 만들고, 특산물 판매장과 썰매 등 놀거리 장비대여점을 확충하고 초리골 마을 고유 캐릭터 ‘초리’를 유튜브 등 SNS에 홍보하는 비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12월에 열리는 2회 축제는 오는 12월 19일 오픈한다. 그런데 이쯤 되면 이장은 어디 있는데? 란 의문이 떠오른다. 맞다 초리골 이장은 따로 있다. 작년까지 70년 내내 우 씨 집안이 이장직을 이어오다가 금년부터 외지인 구형서(61세)씨가 이장직을 맡고 있다.
▲ 우능제씨와 아버지가 같이 심은 느티나무
전면에 나서기 보단 조력자의 역할이 더 좋다
우능제씨는 전면에 나서길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다. 나서기 보다는 조력자의 역할을 더 선호한다. 사람을 잘 보고 잘 쓰는 사람. 그리고 한번 인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그와 공사 일을 했던 분들을 지금까지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그는 앞서 말한 대로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인생관도 그렇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되, 그냥 주지 않는다. 그들도 무엇인가를 주게 만들어라 그게 그들을 위하는 길이다”, “앞서 생각하라. 무엇이 어떻게 될지를 예상하라”, “부정직한 것들은 배척하라. 언제나 옳게 살아라” 등이 대표적인 그의 인생철학이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얍삽한 사람이다.
그는 세상 사람들의 찬사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싶다. 언론 보도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작년에 KBS 1박 2일에 출연했어도 정작 자신은 그 방송분을 보지 않았다 한다.
▲ 초리골 카페 앞에 선 우능제씨
국제결혼 커플 초청 연말파티, 사할린동포 힐링 콘서트 열어
그는 자기 자신을 내 세우는 것에는 무관심하지만, 대신 주변사람들, 별 관계가 없는 사람들까지 아낌없이 돕는다.
수년전부터 국제 결혼한 커플들을 연말에 초청해 파티를 열어 주고있다. 처음에 한국에 결혼해 이주한 외국인 아내들을 초청해 시작했던 연말파티는 해를 거듭해가면서 점점 규모가 커졌다. 6회 때는 150여명으로 늘어났다. 참석한 커플에게는 우 씨와 우 씨 지인들이 선물을 주고, 참가자 가족은 조금씩 자기나라 음식을 만들어 오게 했다. 이 연말파티는 인기가 많아 해가 갈수록 참석자들이 급속히 늘어가고 있다.
우 씨는 문산 지역에 모여 사는 사할린동포들을 위로하기 위한 봄맞이 힐링컨서트를 후원하는 등 소요계층 돕기에 관심이 많다.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겐 한 없이 약해지는 게 꼭 부친을 닮았다”고 큰 웃음을 짓는다. 자신이 아버지의 뜻에 따라 초리골을 지켰듯이 세 명의 아들들도 우 씨 곁에서 초리골을 지키고 있다.
초리골의 밤 풍경은 낮보다 더 로맨틱해지고 아름다워진다. 2개의 멋진 캠핑장과 음식점, 카페, 수영장, 두루메 박물관 등에 불이 들어오고 소로를 따라 새로 지은 멋진 집들이 디자인을 뽐내고 있어 알프스 풍경 같다.
고향을 지키며 마을을 멋진 곳으로 만들어 가는 그의 저력은 결국 이웃사랑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초리골길 164(법원 4리 168) 031-958-7727
김석종 기자
#121 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